광우병 집회에 다녀와서-그들에게 애정을 느낀다

방금 집에 들어와서 네이트에 들어와보니 쪽지가 하나 도착해있다.

[어제 7시 30분 부터 광우병 걸린 소 수입 됏대요 지금 서울  매장에 퍼지고 있어요 절대 고기 사지마세요 한우라도 안심하고 드시지 마세요 원산지 표시 제대로 안하는 정육점이 다반사 입니다 음식점에서도 소고기는 드시지 마세요 아예 소고기 파는 음식점은 가지 마세요 광우병 걸리면 치료할것도 없고 치사율100%입니다 후춧가루1/10정도의 미세한 입자로도 전염되는 전염병이라 한명 걸리면 다 죽어요 그러니까 절대 먹지마세요 조미료 사리곰탕 라면 젤리 과자 생리대 의약품 초코파이에 마시멜로등 안들어가는데 없이다 들어가있어요 우리나라 믿을게 못되요 광우병 조금이라도 막으려면 고기 안팔고 안사기 운동해야되요 절대 사지도 먹지도 마요 제발요 초기증세가 자다가 갑자기 일어나서 소리질르는거래요 지금 서울 다 시위중이에요 지금 쪽지받는사람들뿐아니라 전부 고기안먹었습좋겠어요 퍼트리래요]

집회에 나가본 사람도, 정치 문제에 관심이 있었던 사람도 아니다. 내게 쪽지를 보낸 사람은 전주에 사는 '정말 평범한 대학 새내기'였다. 쪽지가 조금 유치해보이고 이성을 못 차리게 만드는 말투로 쓰이긴 했지만 아주 거짓은 아니다(고기가 이미 들어왔다는 것은 확인되지 않은 정보로 알고 있다).
2만 5천 명이 청계천 거리에 모였다. 어제만큼 솔직하지는 않았다. 어제 집회에 "미친소 너나 먹어 이명박", "이명박 탄핵" 같은 말들이 대열 곳곳에서(자생적으로)나왔던 것과 달리, 오늘은 주최 측이 "폭력적" 언행들을 자제시켰다. 그러나 그들의 분노까지 막을 수는 없었다. 아무도 그들에게 이 길을 가라 하지 않았다. 주최 측도 포함해서.
그들은 느꼈으리라. 한 중학생이 외쳤던 "국민의, 국민을 위한, 국민에 의한 결정"과 다른 중학생이 외쳤던 언론의 자유가, 시리도록 푸른 경찰의 방송차와 모순되고 있음을. "일몰 후의 집회는 금지되어 있습니다. 여러분은 불법 집회를 하고 있습니다." "학생 분들은 늦은 시간이니 어서 귀가하시길 바랍니다." 그들이 정당하다고 주장하는 사회는, 그 정당성은, 바로 그들의 논리에 의해 깨져가고 있었다. 그것을 느껴가고 있을 그들은 집회 장소를 떠나지 않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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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 주말에 쓰다 만 포스팅. 비공개로 해 뒀는데 결말을 못 낼 것 같다. 그 사이 '삘'이 없어져서 ㅋ 사실은 광우병 문제만은 아니라는 것, 해결 가능성, 운동의 발전 가능성에 대해 덧붙이려던 걸로 기억한다.
이글루스에는 '선동'논쟁이 있는 모양이다. 선동을 무언가를 하도록 부추기는 일이라 한다면 '선동이라서 문제다'는 참 우스운 말이다. 선동은 이번 사태를 도왔을 뿐 그 본질이 아니다. 그 동안에도 FTA, 파병 문제, 비정규직 문제 등이 있었다. 그 많은 선동꾼들은 어디 있다가 지금 나타났을까? 선동이 문제의 본질이라면 한국은 이명박이 우려하는 시위 공화국이 되고도 남았다. 사실 선동은 계속 있어왔지만 사람들이 반응한 시점이 지금일 뿐이다. 사회적 반대파의 말에 귀기울이기로 결정한 것은 그 사람들 자신이었다.
나아가서 광우병 문제를 보기 전에 지금이 얼마나 혼란스러운 시기인가를 보아야 한다. 광우병 문제 분명 끔찍하다. 하지만 청소년들이 과연 광우병 문제 하나 때문에만 거리로 나왔는가? 아니다.
성인에게 미래가 혼란스럽다면 아직 성인이 되지 않은 청소년에게 미래는 더욱 더 혼란스럽다. '개명박'이라는 단어를 탄생시킨 빡빡한 입시제도, 공개된 평가제, 고교 평준화의 실질적인 포기를 생각하자. 청소년들에게 미래는 혼란 그 자체다. 죽음의 트라이앵글 이상의 것이 될지도 모른다. 청년 실업문제, 비정규직 문제는 여기에 얹혀 미래를 더욱 복잡하게 만든다.
광우병 문제는 그 자체로도 문제지만 그것이 이윤을 지상목표로 하는 이명박의 불도저식 '개혁'의 일부라는 것으로도 문제다. 사람들은 그것을 인식하고 있다. 집회에 참가한 사람들이 첫 날에 '광우병 소고기 너나 먹어 이명박', '동아일보 전기세 아깝다'등의 구호를 스스로 외친 사실을 보자. 적절하지 못한 발언을 한 사람에게 야유가 쏟아진 일을 생각해보자. '선동' 운운하는 사람들이 보는 것만큼 평범한 사람들이 바보는 아니다. 그 사람들은 시스템의 연관성을 보고 있다. 선동은 정말 불만을 '부추겼을' 뿐이다. 선동이 불만을 만들지는 못한다.
덧붙이자면, 고등학교 생활을 '버텨낸' 사람 중 하나로서 그들의 자생적 행동을 폄하하는 것을 보면 속이 썩어들어간다.

by 불량소년 | 2008/05/06 19:48 | 트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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